동해시농아인협회에서 열리고 있는 소리나눔캠페인 현장에 진수가 부모님 손을 잡고 들어왔다. 진수는 이제 막 5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한참 말을 배워서 이야기 할 나이이다. 하지만 손을 잡고 들어오는 가족중 아빠도, 엄마도, 진수도 서로 바라만 볼 뿐 아무도 말이 없다. 진수네 세 가족은 모두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가장 먼저 청력측정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아빠는 진수 먼저 해달라고 간절히 손짓을 한다. 엄마는 병원에서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진수가 소리를 듣고 이제부터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대감에 청력측정을 하기도 전에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다.
아빠가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잘 듣게되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는 진수가 청력측정을 시작하자 잔뜩 긴장해 바라본다. 청력측정과 진수의 청력상태에 따라 보청기의 휘팅작업이 끝났다. 아우디폰사의 김승태 이사님이 보청기를 착용한 후의 진수의 청력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애를 쓴다.
“진수야, 소리가 들리는대로 따라 해봐. 아--, 어--, 오--, 우--.” 한참을 눈을 똘망 똘망 뜨고 있던 진수가 방그레 웃으며 소리를 따라하기 시작한다. “아--, 어--, 오--, 우--, 엄마--, 아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엄마가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낸다. 엄마뿐만 아니라 캠페인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눈에 아름다운 눈물이 비추인다. 이제 진수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신나게 이야기 하며 지낼 수 있을 테니까.
병원에서 거의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판정받은 엄마도 행사장에 있던 많은 이들의 권유로 자의반 타의반 보청기를 착용해 보기로 했다. 이미 진수만으로도 아직 기쁨이 가시지 않은 엄마의 모습은 아직도 상기되어 있다. 이제껏 소리를 전혀 들어보지 못하였던 엄마는 별로 기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보청기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엄마는 어쩔 줄을 모른다.
수차례 행사를 치루어 본 우리들은 이제 별로 놀라지 않는다. 이미 이제까지 진행된 수십 차례의 캠페인 현장에서 늘 보아온 모습이니까.
소리를 듣게된 진수가 즐거움에 2층 철계단에서 꽝꽝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기보다는 너무 아름다운 소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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