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청력 상태는 정상인가요?” 요즘 사람을 만나면 가장 묻고 싶은 말이다. 신체의 다른 부분에 대하여는 다들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무슨 검진, 무슨 검진, 요즘 부쩍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여러 검진이 많기도 한데 청력검진이란 말이 생소한 것을 보면 청력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느껴진다. 그러니 본인이 난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양구에서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 준다. 평소 회의 할 때 전혀 문제를 못 느꼈는데 나중에 결과를 보고할 때면 늘 회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보고를 하시는 분이 한 분 계신다고 했다. 그래서 직장의 동료들로부터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고.
그 상사 되시는 분께 혹시 그 분이 청력에 이상이 있는 지 확인해 보셨는지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았다. 얼핏 듣기에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질문인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다. 대답은 들으나 마나였다. 괜찮으면 그 분을 한 번 모시고 청력측정을 해 볼 것을 제안드렸다.
무슨 뚱딴지 같은 제안인가 싶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제의 왕따(?) 동료를 모시고 왔다. 그 의아스럽고 쑥스러워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하긴 무리도 아니다. 문제의 해결 방법이 청력측정에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막상 청력 측정을 하는 순간 이제까지 가졌던 모든 의문들이 한 순간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파수대별로 12단계의 청력측정을 했는데, 그 분의 청력 상태가 주파수대별로 들쑥날쑥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의미인가.
“나는 학교에 지금 달려 갑니다.”라는 말을 그 분은 “나교에 금달 갑다.”라고 듣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분은 소리가 들리니 난청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말하는 사람과 전혀 다른 이해를 하게 되고 행동이나 보고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 질 수 밖에.
혹시 주위에 이런 문제로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고 계신 분들이 계시면 청력 검사를 한 번 제안 해 보면 어떨는지. 그러면 어쩌면 이제까지 갖고 있던 오해가 풀리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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