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는 서울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다. 서울 강변에서 버스를 타고도 30분에서 4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일전에 이미 한 차례 캠페인을 치러 위치도 상세히 아니 시간을 넉넉히 잡을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 주말이고 해서 10시 30분에 태능 에서 출발 했다. 12시까지 도착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고 광주농아인협회 주변에 좋은 주차 장소도 확보할 겸 해서..
협회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협회 바로 옆에 있는 고등학교가 개방을 해 놓고 있어 아주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었다. 15분 정도를 따듯한 볕을 쬐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잠깐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모처럼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와 머리위로 떨어지는 겨울 햇살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겨울 햇살을 만끽하다 보니 협회로 가는 것을 잠깐 잊었다. 부리나케 장비를 챙겨가지고 협회로 갔다. 도착해 보니 문이 잠겨 있다. 문 위에 큼지막하게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따뜻한 겨울 나누기’ 행사가 인근 동방숯불갈비에서 진행 중에 있으니 점심을 함께 하자는 친절한 안내문과 함께 약도가 적혀 있다. 농아 분들을 위한 행사인데 우리 같은 객들이 참여하면 어색해 지지 않을까 싶어 망설이다가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협회의 한태숙 선생님이 다 준비되어 있으니 어서 오라고 재촉하신다.
동방숯불갈비에 도착해 보니 많은 농아 분들이 아주 즐겁게 식사를 하고 계셨다. 분위기의 열기만으로 겨울의 한기를 모두 몰아낼 것 같았다. 우리가 참석하기 이전에도 많은 행사가 있었던 것 같다. 공연도 있었던 것 같고…
공연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조금 있으면 예수님 탄생하신 크리스마스 여서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많은 선물을 준비하셨다. 선물을 주고 받는 모습 속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진다.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1시 30분 정도부터 따뜻한 겨울 나누기 2부가 시작되었다. 소리나눔캠페인이다. 시작 전부터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우리네 사람들은 1등을 좋아하니까… 흔히 캠페인 장에서 보는 정겨운(?) 모습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O O O할아버지께서 청력측정을 하시는데 진행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한 마디 하면 열 말씀을 하신다. 얼마나 말씀을 하고 싶으셨을까? 한꺼번에 쏟아 내시려니 할아버지의 온 인생이 나온다. 참 한이 많으신 할아버지다. 손주 때문에 금전적으로라 정신적으로 너무 많은 고생을 하신 것 같다. 화병으로 귀도 눈도 모두 나빠지셨다고 한다. 사람의 몸이란 어떨 때는 굉장히 튼튼한 것 같아도 어떨 때는 너무 약한 것 같다. 청력측정과 휘팅이 끝나고 보청기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 시원하고 좋은 신가보다. 이제는 누가 말을 걸지 않아도 말씀을 그치시지 않는다. 돌려 받으신 2000원을 굳이 쥐어 주신다. 차라도 한 잔 하라고…… 마음은 받고 싶지만 캠페인을 하는 동안은 공인이니 그럴 수 없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시다. 옆에 돕고 계시던 협회 최명애 선생님이 슬쩍 할아버지 주머니에 넣어 주신다음에야 큰 문제가 해결되었다. 할아버지 때문에 다음에 예정되어 있는 분의 순서가 너무 지연되었다.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려는데 할아버지의 말문이 또 열린다. 할아버지의 계속되는 말씀이 귀찮지가 않음은 할아버지의 말씀 속에서 우리 아버지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감사의 마음이 손에 쥐어 주신 2000원에 억만금 같이 흘러 넘치기에….
광주농아인협회와는 2008년 1월중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만나 뵙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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