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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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1-06 17:34

君師父一體

글쓴이 : 관리자

오늘은 아침부터 가슴이 콩콩 뛴다. 아직까지 이런 순박하고 설레이는 마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하다. 연인을 만나는 기분같기도 하고.

보름이는 전남 무안군에 소재한 무안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 여학생이다. 얼마 전 한 언론에 난 기사를 보고 무안중학교의 김진모 선생님의 제자 사랑의 열정으로 보름이와 소리를 함께 나누게 되었다.

김진모 선생님(호 :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은 보름이의 담임선생님은 아니시다. 3학년을 담당하고 계신데 일주일에 한 번씩 2학년 수업도 하고 있는데 대개는 공부도 잘하고 명랑한 아이들의 이름부터 기억하는게 일반적이라고 하신다.

“지난주 우연히 눈이 마주친 여자 아이가 있었답니다. 저 아이는 왜 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볼까? 이름을 물었더니, 해맑음 미소만 날릴 뿐 말이 없었습니다. 주변에 앉은 아이들은 "아! 근께 니 이름이 뭐냐고야?" 전라도 색이 짙은 토종 사투리로 다그치며 책상을 두드렸습니다. 그래도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고, 아이들로부터 1년 동안 한 번도 그 아이의 말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만 들어야 했답니다.

수업 종이 울리자, 천사 같은 표정을 가진 그 아이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다는 생각에 손목을 꼭 잡고 도서관으로 왔습니다. 옆 자리에 앉히고 이름을 묻자 '임보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 보름에 낳아서 보름이냐?"고 했더니 또 웃기만 하더군요. 어눌한 목소리가 이상해 고개를 돌리거나 입을 가리고 말을 했더니, 두세 번을 반복해야 겨우 말뜻을 이해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청력을 갖지 못해 주변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어린 조카를 둔 저인지라, 금새 그 아픔이 전달되고도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없는 돈으로 만만치 않은 보청기를 장만해 주었던 동생은 초등학교 수련회에 갔던 조카놈이 “물속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라!”는 지 아빠의 당부를 망각해 보청기를 망가뜨리자, 어린 아들놈을 죽도록 패고 밤새 흐느껴 울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아이는 보청기조차 착용해 본 경험도 없고, 그렇게 비싼 고가의 보청기를 구경해 볼 가정형편(기초수급대상자)도 아니라는 사실을 담임선생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며칠을 고민하던 차에 동아일보에서 우연히 기사를 읽게 되었고, 반가운 마음에 “아름다운FN 소리나눔 캠페인”의 연락처를 찾기 위해 한 주일 이상을 고민하며 인터넷을 헤매다 오늘밤에야 겨우 ‘최귀옥 상무님’이라는 주인공의 함자를 발견하고 기쁨에 탄성을 질렀답니다.

“어쩜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례함을 무릅쓰고 도움을 청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길이 있다면 방법만이라도 알려주십시오. 천사 같은 눈빛으로 하루 종일 수업자의 입만 봐야하는 15살 소녀에게 아름다운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 주십시오.”

김진모 선생님이 우리 캠페인 소식을 접하고 단숨에 보내오신 서신 내용이다. 선생님의 제작에 대한 사랑을 더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큰 사랑으로 보름이는 12월 8일 토요일 소리를 찾게 되었다.

“이 가을 마른 낙엽이 구르는 소리를 한번 들려주고 싶답니다.”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만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김진모 선생님이 서신의 마지막에 적은 글이다.

‘선생님! 보름이와 낙엽 구르는 소리와 눈 밟는 소리 꼭 함께 들어 주세요.’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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