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눔캠페인”은 청각장애우들과 함께 하고 있는 캠페인인데 귀가 문제가 아니고 눈이 문제라니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소리를 나누고 있는 캠페인이 갑자기 눈에 도움을 주는 행사로 바뀌었단 이야기인가?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잘못되어 있는 청각장애에 대한 편견을 꼬집어 하는 말이다.
오늘은 양평농아인협회와 아침 일찍부터 소리를 함께 나누었다. 양평은 겨울이 가장 춥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있다.
오신 분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주로 어르신들부터 행사가 진행되었다. 장유유서 미풍양속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아이를 업고 입고 있던 박수정씨의 차례가 되었다. 일단 아이가 엄마 엄마 옹알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그 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대개 농아분들의 가정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엄마 아빠로부터 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보니 말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박수정씨 부부가 아이를 잘 양육하고 있는 것 같다.
박수정씨는 청각장애 2급이다. 그 정도면 난청 중에 가장 심한 난청인이다. 청력측정을 마치고 피팅을 하려고 하는데 박수정씨가 완강히 allegro S+모델로 지원받기를 요구한다.
캠페인에서 지원하고 있는 디지털보청기의 모델은 2가지가 있다. 난청 정도가 아주 심한 분들을 위해서는 allegro X 모델, 난청 정도가 덜한 분들을 위해서는 allegro S+ 모델을 지원하고 있는데 allegro X모델은 보다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해 allegro S+ 모델보다 조금 크다.
난청 정도를 보면 박수정씨의 경우 당연히 allegro X 모델이 적합하다. 그런데 보청기의 크기가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물론 크다고 해서 그리 흉한 모습도 아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외모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얼굴도 곱고 젊으니 외모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소리를 잃은 채로 계속 살아가야 할까? 그리고 외모 때문에 진정 아름다운 어머니의 사랑을 포기해야 할까? 왜냐하면 아이의 성장기에 아이와 엄마가 함께 소리를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결국 박수정씨도 어머니의 사랑을 택했다. 당연하고 아름다운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행사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앞으로의 행사장에서 이런 아름다운 선택이 모두를 따뜻하게 만들기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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